비움의 밤, 마음을 흔들다
반야심경과 음악이 만난 봉은사의 새로운 감각
도심 한가운데, 사찰의 밤이 달라진다. 고요해야 할 공간에 리듬이 흐르고, 경전이 음악이 된다. 봉은사에서 열리는 ‘2026 야단법석’은 그 낯선 조합 속에서 오히려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꺼낸다.
오는 4월 2일과 3일, 이틀간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반야심경의 핵심 사상인 ‘공(空)’을 음악과 체험으로 풀어낸다. 어렵게 느껴졌던 경전의 언어는 힙합과 EDM이라는 리듬을 통해 보다 직관적인 감각으로 다가온다.
첫날은 래퍼 우원재와 DJ 웨건이 함께하는 힙합 무대로 시작된다. 반야심경의 독송이 비트 위에 얹히고, 그 리듬은 점차 확장되며 관객의 호흡과 하나가 된다. 둘째 날에는 DJ 소다가 EDM 무대를 통해 사찰의 밤을 새로운 에너지로 채운다.
이 공연은 단순한 음악 이벤트가 아니다. 반야심경을 함께 외치고 ‘공’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순간, 관객은 스스로의 마음을 내려다보게 된다. 입장과 동시에 건네지는 ‘공(空)’ 풍선은 하나의 상징이 된다. 들고 흔드는 그 행위는, 어쩌면 내려놓고 싶은 마음의 무게를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낮에는 또 다른 시간이 이어진다. ‘마음 밝히기’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은 자신의 감정을 점검하고 짧은 명상에 참여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나의 상태’를 확인하는 이 시간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작은 회복의 시작이 된다.
이 행사는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지금의 언어로 다시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우며 살아가는가.
봉은사의 밤, 음악과 경전이 만나는 그 자리에서
사람들은 잠시 자신을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