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출산휴가·육아휴직 기업지원금 신설, 중소기업 워라밸 정책 확대

지자체 최초 인건비 직접 지원·단축근무제 도입, 기업 중심 저출생 대응 강화 워라밸 포인트제 1,000개 돌파, 캠페인·리더십 포럼으로 조직문화 확산

2026-03-26     한현정 기자
서울시가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 기업에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 지원한다. (AI가 생성한 이미지)

출산율 반등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서울시가 기업과 함께 이를 이어가기 위한 정책을 본격화한다. 개인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의 근무환경을 바꾸는 구조적 대응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저출생 문제는 주거, 고용, 돌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과제다. 특히 장시간 근로와 경직된 조직문화는 일과 양육의 병행을 어렵게 하며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 배경으로 지적돼 왔다. 서울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아이 키우기 좋은 기업문화 확산’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책의 중심은 중소기업이다. 전체 취업자의 약 90%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육아휴직 활용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의 제도 도입을 넘어 실제 활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직접 지원 방식의 정책을 설계했다.

서울시,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 기업에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 지원

핵심은 지자체 최초로 도입된 ‘출산휴가·육아휴직 기업지원금’이다. 출산휴가 또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 1인당 기업에 월 30만 원씩 최대 3개월간 지원해 4대 보험료 등 사업주 부담을 완화한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근로자가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또한 출산전후휴가 90일 중 사업주 급여 지급 의무가 없는 마지막 30일에 대해 최대 90만 원을 지원하는 ‘서울형 출산휴가급여’도 함께 운영한다. 이는 제도 공백 구간을 보완해 출산휴가 활용을 보다 현실적으로 만드는 장치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육아기 부모 단축근무제’를 시범 도입한다.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에게 하루 1시간 단축근무를 허용하는 기업에 월 최대 30만 원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제도 설계, 근태관리 시스템 개선, 조직문화 교육, 근무환경 조성 등 실제 운영 기반 구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장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기업에서는 육아휴직 사용이 자연스럽게 정착되며 활용률이 높아졌고, 조직 몰입도 상승과 함께 자발적 이직률이 약 60% 감소하는 성과도 확인됐다. 이는 정책이 단순 지원을 넘어 고용 안정성과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서울시는 중소기업 현장의 제도 활용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2024년부터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를 운영하고 있다.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등 일·생활균형 제도를 실제로 운영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단순 도입 여부가 아닌 ‘실제 활용 수준’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도는 2024년 6월 도입 이후 2026년 2월 기준 참여기업 1,000개를 돌파했다. 특히 참여기업 중 30인 미만 사업장이 62.5%를 차지해 소규모 기업에서도 일·생활균형 문화 조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업이 29.9%로 가장 많았고,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20.8%, 제조업 16.3% 순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 건설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도 참여가 이어지며 워라밸 문화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규모별로는 5인~29인 사업장이 47.0%로 가장 많았고, 30인~99인 26.8%, 5인 미만 15.5%, 100인 이상 10.7%로 집계됐다. 이는 중소기업 전반에서 제도 도입을 넘어 실제 활용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워라밸 포인트제 참여기업 1,000개와 함께 일·생활균형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CEO 릴레이 영상 챌린지, 육아휴직 복직 응원 캠페인, 아빠 육아 참여 인증 등 기업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문화 변화를 유도한다.

또한 CEO 대상 ‘일·생활균형 리더십 포럼’을 통해 기업 경영 전략 차원에서 워라밸 문화를 정착시키고, 아이 키우기 좋은 기업문화가 조직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기업지원금과 출산휴가급여 신청은 3월 11일부터 ‘서울시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 누리집과 ‘탄생육아 몽땅정보통’을 통해 가능하다.

마채숙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출산율 반등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업 현장에서 일과 양육이 함께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업이 스스로 일·생활균형 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은 저출생 대응의 중심을 개인에서 기업으로 이동시키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출산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곧 출산율 회복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서울시의 이번 시도는 새로운 정책 기준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