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트리오 정기연주회, 감성과 서정으로 채우는 오후의 시간

봄의 결을 닮은 세 사람의 음악

2026-03-27     현정재 기자

봄은 늘 조용히 시작된다. 눈에 보이기보다 먼저 마음에 스며드는 계절이다. 세종트리오의 음악 역시 그렇다. 오는 3월 28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열리는 세종트리오 제5회 정기연주회는 계절의 결을 닮은 섬세한 울림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피아니스트 이기정, 바이올리니스트 윤경희, 첼리스트 김준환으로 구성된 세종트리오는 각기 다른 시간과 경험을 지나온 세 연주자가 하나의 호흡으로 만나는 앙상블이다. 각자의 음색은 분명히 다르지만, 그 차이는 충돌이 아닌 조화로 이어진다. 이들의 연주는 누군가 앞서거나 뒤따르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를 기다리고 듣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봄이라는 계절이 가진 감정의 층위를 음악으로 풀어낸다. 릴리 불랑제의 ‘봄의 아침’으로 시작되는 무대는 이름 그대로 계절의 첫 숨결을 닮았다. 아직 완전히 피어나지 않았지만, 분명히 시작되고 있는 어떤 감정의 떨림을 전한다. 이어지는 드뷔시의 피아노 트리오는 빛과 색채가 음악으로 번역된 순간을 보여준다. 물결처럼 흐르는 선율 속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2번은 이 공연의 중심을 이룬다. 낭만주의 특유의 서정성과 에너지가 교차하는 이 작품은 세 연주자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강렬한 부분과 섬세한 부분이 교차하며, 음악은 점점 더 밀도 있게 쌓여간다.

세종트리오의 연주는 단순히 작품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음악 속에 담긴 시간과 감정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꺼내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그들의 무대는 ‘듣는 경험’을 넘어 ‘느끼는 시간’이 된다.

이번 공연은 화려함보다는 깊이에 가까운 무대다.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음악, 빠르게 지나가지 않는 감정. 세종트리오는 그 시간을 관객에게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