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법률이야기] 닥터 차정숙, 결혼보다 100배쯤 용기가 필요한 이혼

2023-05-08     장현정 변호사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지난 주말 시청률이 16%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내용은 경력이 단절되었던 전업주부 차정숙의 사회생활 도전기로 흔히 볼 수 있는 ‘줌마렐라 스토리’인거 같지만, 어려운 상황도 보다 현실적이고 해학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면에서 우리가 이전에 보았던 드라마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의대를 나왔지만 20년간 가정주부로 배우자, 자녀, 시부모를 위해 가정에 헌신하였던 주인공 차정숙은 40대 중후반의 나이에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간이식을 거부하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이기적인 모습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수술 후 아픈 몸을 이끌고 고된 의사 수련의 과정에 나서게 되지만, 병원과 가정 안팎으로 현실적인 문제들이 빵빵 터집니다.

고3인 딸은 엄마가 자신의 뒷바라지를 해주지 않는 것에 온갖 투정을 쏟아내고, 시어머니는 자신의 수발을 들지 않는 것에 불만을 표하며 가족들을 생각해서 의사를 그만두라고 종용하고,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게 된 배우자는 ‘의사 흉내라도 낼 수 있겠어’라며 가정 안에서도 하던 무시를 병원에서도 하면서, 심지어 같은 병원의사와 부정행위까지 합니다. 간이식 수술 당시 가족들의 이기적인 면모를 보았던 담당 의사 로이킴은 “근데 언제 이혼하실 건가요. 건강 회복되면 바로 이혼하실 줄 알았다”라고 하지만, 차정숙의 대답은 “이혼이 말처럼 그렇게 쉽나. 이혼은 결혼보다 100배쯤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합니다.

차정숙의 말처럼 “이혼은 결혼보다 100배쯤 용기가 필요”하고,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안타까움에 타들어가지만, 다행히 차정숙은 스스로의 생각과 성찰, 많은 고민과 질문 끝에서 자신의 직업의 진정성을 발견하고, 가부장적인 배우자 및 시모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과 배우자의 외도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합니다. 법률적으로만 살펴보면 차정숙의 배우자는 부정행위로 혼외 자녀까지 있고, 상간녀인 동료 의사와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나고 있기에, 이는 명백한 이혼 사유이며, 상간녀에게 위자료 청구 소송까지 가능한 상황입니다.

오랜 시간 이혼전문변호사로서 일을 하면서 이혼상담을 하다 보면, 위자료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드라마에서 이혼 문제가 나오면 위자료가 언급되어서 이혼 시 위자료가 문제된다는 것은 이미 다들 잘 알고 있지만, 위자료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종종 질문받는 내용은“잘못한 사람은 재산분할 청구도 못하지 않나요?”라고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혼동하는 경우인데,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엄연히 다릅니다. 위자료는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한 유책 배우자 혹은 과실 있는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손해배상을 의미하지만,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기간 동안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기여도에 따라 공평하게 분할하는 문제여서, 재산분할을 정할 때에는 유책 여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며, 유책배우자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위자료로서만 평가되는 것입니다.

닥터 차정숙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배우자가 오랜기간 외도하면서 고등학생 혼외자식까지 있는 경우에는 위자료로 몇 억, 몇 십억은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가요”라고도 많이들 물어보는데, 안타깝게도 그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법원에서 인정해주는 위자료 액수는 많지 않아서, 통상 5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에서 ‘혼인기간, 가족관계,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재산상태 등’을 고려해서 인정되고 있으며,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극심할 경우에는 그 액수를 5,000만원에서 1억 원 정도를 인정해주지만, 위자료 액수를 1억 원 까지 인정해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법률 상담 시 혼인기간 내내 겪은 고통에 비해서 위자료가 너무 말도 안 되게 적다고 억울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말하라고 하면, 그 중 하나가 가정이지 않을까요. 닥터 차정숙도 그 가정의 소중함을 알았기에, 20년간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부당함을 견디며 가정을 지켰던 것이겠지만, 드라마에서 나오는 “몇 푼이나 번다고. 의사 며느리가 머리 좋아서 살림도 잘하고, 손자도 의대 보냈으니 알뜰하게 뽑아 먹었지”라는 대사를 듣는 순간, 제2의 인생으로 레지턴트 과정을 도전한 주인공 차정숙을 더욱더 마음 깊이 응원하게 되고, 단순하게 배우자에 대한 배덕감이 아닌 삶에 대한 차정숙의 다채로운 감정 표현과 시원시원한 태도에 동화되어 깔깔 웃음이 터지게 됩니다. 숨통 트이는 드라마를 보면서, 차정숙과 같은 가족구성원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가정을 행복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불평등의 덫이 조금이나마 걷어내지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기고자

 

장현정 변호사

법무법인(유한)예율 대표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대법원 양형위원회 자문위원

이혼전문 변호사, 도산(회생파산)전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