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 첫사랑 얘기를 마저 해야겠네.그렇게 연습은 겨울방학 때도 계속됐어. 그 날도 연습을 하러 교정에 들어서는데 누가 뒤에서 “보이소”하고 부르는거야. 낮은 저음의 그 한마디가 꽤 음색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그 남자, 연습실에서 타는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던 바로 그 사람이더라고.순간 가슴에 찰랑 파도가 일었지만 새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왜요?”“어디 가능교.”“...연습하러요.”“마 치우고 나랑 데이트합시다.”풋하고 웃음이 나오더라. 뭐랄까 온몸에서 나는 남자다!! 하는 느낌이 뿜어
'아이 하나를 기르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 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 라는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다. 사람을 길러내는 일에는 가정과 학교, 마을과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한다는 표현이기도 한다.얼마전 둘째 아이의 입시가 끝났다. 정말이지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나의 경우는 친정 부모님 두 분의 노년이 오롯이 두 아이의 육아에 갈아 넣어 졌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수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유년기를 보내고, 아이들이 어느정도 독립적으로 자기 앞가림을
입사 동기들과 30주년 기념 모임을 하면서 여러 추억들이 소환되었다.그룹 입문 교육에 입사한 우리들에게는 몇 명의 지도 선배가 배정되었다.대개 특채로 입사한 1년 선배 들이었는데, 1년의 회사 밥을 먹은 선배는 연수원 외에는 회사를 모르는 우리에게는 대 선배로 보여졌다. 그중 유난히 당찬 여자 선배가 있었다. 광고회사에 근무중이던 지도 선배는 갓 신입인 우리들에게 회사에서는 절대로 값싼 눈물을 흘리지 말라고 다그쳤다. 그런 모습은 직장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강한 한미디에 우리는 결의에 찬 모습으로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연말 여러 시상식의 향연 속에서 11년째 맞고 있는 쇼미더 머니에서 마침내 여성 래퍼가 우승을 차지했다. 압도적인 차이로 이겼다.마지막 생방을 본방사수하면서, 평소 (지구오락실에서 보여준 모습) 답지 않게 긴장한 영지를 보면서 그 왕관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물론 나는 개인적으로는 허성현의 결승곡이 더 맘에 들었지만, 영지 특유의 폭발하는 음색과 에너지는 경쟁자들보다 위였다. 랩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극복하고 마침내 정상에 올라선 그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남녀의 급여 차이는 크다. SM, JYP 등일반 엔터
지난 한 달간은 카타르 월드컵을 보느라 낮과 밤이 바뀌었다. 축구를 좋아한다. 조직과 유사하다.경기장에서는 골을 넣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박지성이 다른 선수들 보다 평균 3km를 더 뛰고 결정적 패스를 여러 번 만들었어도, 그날의 하일라이트는 있는듯 없는듯 투명인간이었다가 얻어 걸린 듯 골을 네트에 꽂은 선수이다.어찌보면 축구와 회사조직도 많이 유사하다.과정을 중시한다고 말을 할지 언정 정말 과정을 중시하는 회사를 본적이 없다. 그저 결과로서 이야기할 뿐이다. 과정을 중시하면서, 모든 의사결정을 수평적인 수렴을
이래저래 맞벌이가 아니고서는 버티기 힘든 고물가 시절이다. 아이가 없든, 아이가 어리던, 아이가 크던 녹록하지 않은 생계의 어려움이 여자들을 생활전선으로 밀어내고 있다.나 역시 3개월 전부터 30년 일을 그만두고 쉬고 있는데, 당장 건보료, 국민연금, 각종 세금, 교육비 등 여러 부담이 나를 조여오는 듯한 불안감이 30년만의 안식을 평화롭지 못하게 하고 있다..내 주변을 봐도 20대 초반 결혼과 임신을 계기로 일을 그만두고 아이 키우기에 전념해왔던 일명 “경단녀” 경력 단절 주부 친구들이 최근 속속들이 파트타임, ‘알바’라는 명목으
지난 10월 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초유의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5천만 전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의 장시간 먹통 사태에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외협력 담당 부사장을 내보낸 것부터가 옳지 않다고 보여지지만, 화살이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한 젊은 여성 부사장에게 쏠리는 것이 안타까웠다.데이터센터의 서버 증설 등 인프라 이슈는 그 사인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기업의 대표나 CTO가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할 터인데, 마치 총알받이로 대외 협력 담당인 여성 부사장을 내세운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가우스 전자를 재미있게 보았다. (티빙에서 다시 볼 수 있다)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가우스 전자라는 가상의 전자회사 오피스의 마케팅부서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본격 오피스 드라마이다.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전자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사람으로서 공감할 만한 상황과 묘사 덕분에 더욱 몰입해서 시청했다.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기존 오피스 드라마와 비교해 볼 때, 이 가우스전자는 지금의시대상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가우스 전자의 주요 배경이 되는 마케팅 3부의 구성의 30%이상은 여성 인력이
정확히 30년전, 1992년 12월 11일, 나는 여성 전문직 공채로 삼성그룹에 입사하였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대학을 졸업하면서 취직도 취직이지만, 삼 년 내에는 꼭 시집을 가서 노처녀 소리를 안 들어야겠다고 가열차게 다짐하던 시대였다. 수많은 일자리가 대졸자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군필을 필요로 하는 조건이 대부분으로 일반 기업에 여성에게 열린 자리는 지독히 적었다. 그래서 여성 전문직 공채가 내가 합격한 유일한 자리였다.그렇게 44명의 여자들로만 구성된 입사동기와 함께 그룹 입문 교육이 시작되었다..20년 넘게 세월이 흘러, 201
예전에는 연애가 쉬웠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나면 바로 연애가 시작되었다. 오로지 상대에게만, 감정에만 충실했기에 시작은 늘 순조로웠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연애가 됐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해도 연애가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를 향한 감정에 앞서 다른 것들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우선 순위에 놓이는 것은 때로 나 자신이기도 하고, 내 상황이기도 하다. 연애하다 헤어져서 상처 받고 싶지 않은 나, 혼자 누려왔던 자유를 침해받고 싶지 않은 나, 연락과 데이트라는 의무에 묶이고 싶지 않은 나, 취미 생활
대학 신입생이었던 2000년 3월, 어느 선배의 자취방에서 내 삶은 크게 바뀌었다. 로맨스를 기대했겠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그 장르가 아니다. 무려 91학번이었던 선배가 정태춘을 아냐면서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를 들려줬다. ‘아, 대한민국은 정수라 노래 아니었나?’라고 생각했지만 노래가 울리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어서 들려준 노래는 ‘우리들의 죽음’. 이 노래를 듣곤 오열을 했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노래들은 다 뭐 였을까? 이렇게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나. 이렇게 아픈 현실도 노래가 될 수
쇼윈도 부부라는 말이 있다. 실제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집 안에선 데면데면하지만 집 밖을 벗어나면 세상 다정한 부부인 것처럼 행동하고, 없는 칭찬도 막 지어낸다. 이혼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혼할 수 없는 부부가 택한 삶의 한 형태일 것이다. 문득 겉과 속이 다르게 살아가는 건 쇼윈도 부부 뿐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쇼윈도 페이스’로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사회 생활 초창기 때
사람들에겐 늘 선택의 순간이 온다. 아니 사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가지?’부터 ‘오늘 점심 뭐 먹지?’까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요즘처럼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내릴 땐 큰 우산을 미리 들고 나가야 할지 가방에 쏙 들어가는 작은 우산을 선택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이런 작은 선택들도 있지만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선택들을 할 시간도 찾아온다. 그리고 여기에서 사람들의 삶은 크게 바뀌곤 한다.나는 이런 선택들을 많이 해 온 편이다. 그래서 삶에도 변화가 많았다. 어떤 선택 혹은 결정의 순간
요즘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지 않은 말 중의 하나는 아마도 ‘꼰대 같다’일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꼰대는 사회 악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꼰대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존재하는데, 영국 BBC는 페이스북에서 ‘kkondae’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은 잘못됐고, 자신이 옳다고 믿으며 그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이 꼰대라는 건 동의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이 꼰대라는 건 동의하지 못하겠다. 꼰대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하나의 경향이라고 할 수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니 마스크를 써야하는 일상이 더 힘겹다. 그나마 희소식은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되고 있고, 잔여 백신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도 높아서 집단 면역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 역시 일찌감치 잔여 백신을 예약해 1차 접종을 완료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코로나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것일 테다.나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순작용을 했다고 생각한다. 적지 않다는 표현은 겸손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쳤다. 국난 극복이 특기라는 우리나라
얼마 전 아주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이게 지금 2021년 현재 일어나는 일이 맞는지 내 눈을 의심했다. 혹시 타임슬립이 되어 내가 과거로 온 게 아닌가 싶었다. 바로 서울시내 여고들에서 두발 및 복장 규제를 한다는 뉴스였는데, 일명 ‘똥머리 금지’, ‘포니테일 금지’ 등의 조항이 있었다. 그 이유는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목선이 노출되어 야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 경악할 말을 학교 선생들이 공공연히 떠든다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이들은 이 말을 하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존재인지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어디서나 세대 논쟁이 뜨겁다. 2030이라는 말이 하나의 사조처럼 여기저기에 쓰인다. 우선은 2030이란 말부터가 틀렸다. 20대와 30대의 고민과 경험, 깊이는 다른 성질의 맛이다. 그저 세대를 편가르기 쉬우니 아무런 고민 없이 남발되고 있다. 요즘의 2030이란 말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한 때는 청춘이란 말이 유행인 적도 있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 제목부터 시작해서 온갖 행사, 이벤트마다 청춘이란 말이 번졌었다. 이 때의 청춘이란 하나의 마케팅 용어였다. 그렇게 청춘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이용당해왔다.그러다 문득
해마다 5월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5월 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5월 5일 어린이 날, 5월 8일 어버이 날, 5월 15일 스승의 날, 5월 셋째주 월요일은 성년의 날, 5월 21일 부부의 날 거기다 5월 14일은 로즈데이까지 있다. 무수한 행사들 탓에 5월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물론 통장의 현금도 순식간에 스쳐간다.어릴 땐 쉬는 날 많은 5월이 행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어린이가 아니게 되자 5월은 부담스러운 달이 됐다. 사랑과 존경도 좋지만 그에 버금가는 선물과 용돈 등으로 지출이 늘기 때문이다. 김영란 법 시행으로 스승의 날
낭만과 안전 사이, 문득 떠오른 제목이다. 무언가를 찾아 헤매다 보니, 낭만이 없어진 자리에 안전이 남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의 자리를 안전이 차지한 경우, 내 이야기들은 이렇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은 진지한 질문이 아니라 웃고 넘길 만한 소재이므로 엄근진(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게)으로 보지 않아주길 당부드린다.이를 테면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들이 어두운 골목길을 찾아 헤매는데, 어디나 밝게 비추는 가로등 탓에 적절한 곳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내 한창 때였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어둑어둑한 골목들이 꽤 있었다. 신촌
많은 사람들이 꽤 자주 악의 없는 질문들을 던진다. 질문을 던지는 대상은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나 친척 사이일수도 있고, 처음 만난 사이일 수도 있다. 우리는 처음 만난 사이에서도 꽤나 사적인 질문들을 던지곤 한다. 그리고 그 질문들의 대부분은 불편하다. 그 질문에 어떤 의도가 있는게 아니라 할지라도 이제 우리는 어떤 것을 묻고, 묻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나는 사람들에게 절대 질문하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나이와 출신 학교이다. 나이가 사람들과의 사이에 꼭 중요한 요소가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이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