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국악 싱어송라이터 장소영, AI와 함께 확장한 음악의 또 다른 얼굴

퓨전국악 1세대 싱어송라이터 장소영이 AI 음악 생성 기술을 창작 도구로 활용한 새로운 음악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기술이 음악의 중심이 되는 시대에, 그는 오히려 음악의 시작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다시 묻는다. 이번 작업은 작곡과 가창이라는 익숙한 순서를 내려놓고, 감정과 구조를 먼저 설계한 뒤 기술을 끌어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장소영은 ‘부르는 사람’ 이전에 ‘설계하는 창작자’로서의 자신을 전면에 세웠다. 그는 가수로서 노래하는 행위가 자신의 정체성의 핵심임을 인정하면서도, 늘 노래하는 자리에서만 음악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음악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고, 그 구조와 흐름, 감정의 결을 먼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고백한다.
그가 선택한 도구가 바로 AI였다. AI 작곡 시스템과 AI 보컬은 이번 작업에서 창작을 대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소영이 설정한 방향을 구현해보는 하나의 과정으로 기능했다. 그는 “AI 보컬은 제 목소리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음악의 구조와 감정을 미리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 말에는 기술을 향한 경계와 동시에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가 함께 담겨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된 곡은 통키 작가가 가사를 쓴 ‘어느날 필연처럼’과 ‘다정한 사람’ 두 곡이다. 가사는 실제 작가의 언어로 쓰였고, 영상 역시 통키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음악이 품고 있는 정서와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노래를 먼저 듣기보다, 노래가 담고 있는 마음의 풍경을 먼저 바라보게 만드는 구성이다.
장소영은 “이번 작업은 완성이라기보다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AI 보컬로 먼저 음악의 형태를 구현하고, 이후 실제 가창으로 재해석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같은 곡이라도 부르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의 결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프로젝트는 결과물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다.
그 질문은 단순하다. AI가 노래할 수 있는 시대에, 가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는 기술이 감정을 대신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방향으로 흘려보낼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믿음이 이번 작업의 중심에 놓여 있다. AI는 중심이 아니다.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과 방향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더욱 흥미롭다. 목소리 이전에 감정의 구조를 세우고, 표현 이전에 마음의 방향을 정하는 태도는, 음악을 ‘성과’가 아닌 ‘과정’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장소영은 기술의 시대에도 여전히 음악이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고 끝난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심층 인터뷰
“노래하기 전에, 마음을 먼저 살피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Q.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가수로 오래 활동하다 보니, 어느 순간 늘 노래하는 자리에서만 음악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자리가 익숙해질수록, 음악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이번 프로젝트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제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감정에서 출발하고 있는지를 먼저 들여다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Q. AI를 창작 도구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AI가 기술이라서라기보다, 제 감정과 음악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 주는 도구처럼 느껴졌어요. 제 목소리로 바로 부르면 감정에 깊이 들어가게 되는데, AI 보컬을 사용하면 한 발짝 물러나서 음악을 바라볼 수 있거든요. 그 거리 덕분에 오히려 감정을 더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었어요.
Q. ‘AI가 중심이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셨습니다.
A. 그건 이 프로젝트에서 꼭 지키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기술이 앞에 나서기 시작하면, 사람의 마음이 쉽게 가려질 수 있다고 느꼈거든요. 이 음악의 방향을 정한 것도, 감정의 흐름을 선택한 것도 모두 사람이에요. AI는 그 과정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에요.
Q. 이번 작업에서 장소영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A. 이번에는 노래하는 사람보다는 설계하는 사람에 가까웠어요. 가사는 작가가 썼고, 저는 이 가사가 어떤 온도로 시작해서 어디쯤에서 숨을 고르고, 어떤 감정으로 끝나야 할지를 계속 고민했어요. 음악의 감정 지도를 그리는 느낌이었어요.
Q. 이 프로젝트가 남기길 바라는 질문이 있다면요.
A. AI가 노래할 수 있는 시대에, 가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에요. 아직 제 대답도 완성되지는 않았어요. 다만 음악은 여전히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말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