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분단을 넘어 피어난 예술의 기억, 다시 만나는 성북의 봄

서울 성북의 한 화실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오늘의 한국 미술을 만들었다. 성북구립미술관이 기획한 전시 ‘1946, 성북회화연구소’는 그 시작의 시간을 다시 불러내며, 예술이 어떻게 시대를 견디고 이어졌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3월 26일부터 5월 24일까지 진행되며, 광복 이후 혼란의 시기 속에서도 오직 그림을 그리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공간, 성북회화연구소의 의미를 조명한다. 이 연구소는 화가 이쾌대가 돈암동에 설립한 화실로, 짧은 기간 존재했지만 이후 한국 미술사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전시에는 이쾌대를 비롯해 김창열, 권진규, 남관 등 12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그들의 작품은 단순한 회화나 조각을 넘어, 시대를 살아낸 감정과 기억을 담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쾌대의 ‘군상’과 ‘자화상’이다. 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예술가의 의지와 고뇌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여기에 김창열의 ‘물방울’ 연작은 존재와 본질에 대한 사유를 던지며, 예술이 어떻게 개인의 세계를 넘어 보편적인 감각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시작’, ‘현실’, ‘부흥’이라는 세 개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이어졌는지를 따라가게 한다. 당시 신문 기사와 사진 등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전시되어, 관람객은 마치 그 시대의 공간 안으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성북회화연구소는 단순한 작업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그림을 통해 삶을 이해하려 했던 사람들의 ‘안식처’였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자란 예술은 이후 각자의 길을 따라 한국 미술의 다양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오래 머무르게 한다. 그림 앞에 서 있는 시간은 곧,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예술은 무엇을 남기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