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행정 전반의 AI 전환 본격화
문시연 총장 “여성 AI 리더 양성” 루스 선 사장 “글로벌 AI 교육 표준 제시 협력”

숙명여자대학교가 구글 클라우드와 손잡고 AI 교육과 연구, 행정 전반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 단순한 산학협력을 넘어 대학의 교육 방식과 운영 체계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구성하겠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숙명여대는 지난 3월 27일 서울 용산구 교내 AI센터에서 구글 클라우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실무형 AI 인재 양성과 연구·행정 기반 고도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범위에 있다. 통상 대학과 기업의 협약이 특정 학과나 단기 프로그램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번 협력은 AI 교육과정 개발·운영, 연구 활성화, 행정 시스템 혁신까지 대학 운영의 여러 축을 함께 겨냥하고 있다. 숙명여대가 이미 전교생 대상 AI 관련 필수 교과를 운영하고, AI 융합교육 확대를 추진해온 흐름 위에서 이뤄진 협약이라는 점도 의미를 키운다.
숙명여대는 최근 AI 역량 강화를 위해 산학협력 보폭을 넓혀왔다. 지난 1월에는 AI·데이터 전문기업 유클릭과 AI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3월 초에는 원티드랩과 AI 기반 인재양성 협력에 나섰다. 이번 구글 클라우드 협약은 이러한 연장선에서, 국내외 기술 생태계와 직접 연결되는 협력의 무게감을 한층 높인 사례로 읽힌다. 단순히 ‘AI를 가르치는 대학’을 넘어, 산업 현장과 이어지는 ‘AI를 실제로 쓰는 대학’으로 구조를 바꾸겠다는 방향이 더 분명해졌다는 뜻이다.
특히 숙명여대는 AI센터를 거점으로 대학 구성원의 AI 활용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왔다. AI 리터러시 아카데미 등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 모두의 활용 역량을 높여온 데 이어, 교육과 연구를 넘어 행정 현장까지 AI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흐름이 확인된다. 이미 대학 내 메일과 협업 환경에서도 구글 워크스페이스 기반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협약은 익숙한 디지털 인프라 위에 보다 고도화된 AI 기능과 교육·연구 협력 체계를 덧입히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더 눈에 띄는 것은 숙명여대가 내세우는 방향성이다. 문시연 총장은 AI 시대 대학의 역할을 기존 규칙을 따르는 인재가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아웃씽커’ 양성으로 설명해왔다. 숙명여대가 AI 윤리 원칙 마련과 인간 중심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 도입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어떤 가치와 기준 아래 활용할 것인지까지 교육하겠다는 접근이다. AI 경쟁이 속도를 앞세우는 국면으로 흐르는 가운데, 여성대학이 인간 중심 AI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차별화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구글 클라우드 측 인사 구도도 이번 협약의 상징성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1월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수장으로 선임된 루스 선 사장은 30년 넘게 엔터프라이즈 혁신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소개됐다. 국내 기업과 공공·산업 현장의 AI 및 클라우드 전환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 인사가 대학 현장과 직접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이 교육계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전환 모델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결국 이번 협약의 진짜 성패는 선언이 아니라 결과로 갈린다. AI 교과목 몇 개를 늘리는 수준에 그친다면 수많은 대학 협약 기사 가운데 하나로 남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학생들이 실제로 AI 도구를 활용해 전공 문제를 해결하고, 연구 현장에서 생산성이 높아지며, 행정 시스템까지 체감 가능한 변화가 나타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숙명여대와 구글 클라우드의 이번 협약은 ‘AI를 가르치는 대학’에서 ‘AI로 움직이는 대학’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