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로 생성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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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미스'라는 단어가 세상에 나왔을 때, 그 이름은 꽤 근사했다. 능력 있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결혼보다 자신의 삶을 먼저 선택한 여성. 황금빛 싱글이라는 호칭에는 시대가 비로소 이 여성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 황금빛 포장지가 너무 오래, 너무 단단하게 씌워진 것이 문제다.

골드미스의 일상은 화려함과 거리가 있다. 결혼한 형제를 대신해 어느새 부모의 양육자가 되어있고, 결혼한 친구 축의금은 돌잔치, 입학,졸업선물에서 자녀의 청첩장으로 이어진다. 

결혼·출산 관련 세액공제는 처음부터 해당 사항이 없고, 소득이 있으니 저소득 복지 대상도 아니고, 자녀가 없으니 양육 지원 대상에도 해당사항이 없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처음부터 다른 세상의 이야기고, 청약 가점은 기혼 가구가 수십 년간 쌓아온 점수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이 사회는 그녀를 '알아서 잘 사는 사람'으로 분류했고, 그 분류는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결혼한 부부에게는 내 집 마련을 돕고, 아이를 낳으면 또 돕고, 다자녀면 더 돕는다. 저소득 1인가구에게는 주거급여가 있다. 그런데 딱 그 중간 어딘가, 열심히 일하고 혼자 살면서 가족까지 챙기는 비혼 여성에게 국가가 건넨 것은 세금 고지서뿐이었다.

2026년 대한민국은 ‘1인 가구 900만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불과 2년 전 800만을 넘어선 이후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다. 특히 올해는 전국 17개 모든 시도에서 1인 가구가 ‘부부+자녀’ 가구를 완전히 제치고 독보적인 주된 가구 형태가 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비혼과 1인 가구는 더 이상 소수의 선택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삶의 모습이 됐다.

‘통계’에는 있고 ‘혜택’에는 없는 그녀들 소위 ‘골드미스’라 불리는 비혼 여성들 역시 이 900만 가구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 통계상으로는 1인 가구 숫자를 채우는 주역이면서도, 정작 정부가 내놓는 1인 가구 지원책에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대부분의 복지 혜택이 ‘저소득 취약계층’에만 맞춰져 있어, 성실히 일하며 중간 소득을 유지하는 비혼 여성들은 항상 ‘소득 기준 초과’라는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골드'라는 이름이 교묘했던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포장이 화려하면 안에 든 내용물은 잘 들여다보지 않게 마련이다. 황금빛 타이틀 하나가 이들의 현실적 결핍을 오랫동안 비가시화했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정책의 눈을 가린 셈이다.

열심히 살았다. 가족을 챙겼다. 세금도 냈다. 그것으로 충분히 이 사회의 구성원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은,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벌칙을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골드미스라 불리던 그녀들에게, 국가는 이제 한 번쯤 먼저 물어볼 때가 됐다. 황금빛 이름 말고, 진짜로 무엇이 필요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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