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렉스 '더글로리')
(사진=넷플렉스 '더글로리')

 

폭력으로 인해서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가 쉽게 잊혀 질 수 있을까요? 공개를 하자마자 아시아 1위, 세계 5위를 차지하며 엄청난 화제작이 되었던 드라마‘더 글로리’에서는 고등학교 시절 지독한 학교폭력을 당하였던 피해자 문동은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복수를 피해자들과 연대하여 이뤄나가는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학교폭력의 피해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직장 내 괴롭힘 등 각종 폭력 피해의 단면들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하며, 둔감해질 대로 둔감해진 우리의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툭툭 건드립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 제3화에서 주인공 문동은은 학교폭력의 주동자였던 박연진을 떠올리며, ‘가끔 궁금해, 연진아. 피해자들의 연대와 가해자들의 연대는 어느 쪽이 더 견고할까?’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문동은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폭력의 피해자들, 집안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피해자 강현남,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다가 성인이 되어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김경란, 병원인 일터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도현, 학교폭력의 피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진 윤소희, 학교폭력의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주변 권력자들로 인한 폭력의 피해자인 손명오 등. 각종 사연을 가진 피해자들은 드라마를 풀어가는 열쇠가 되고, 다양한 화두를 던집니다.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의 질문처럼, 피해자들의 연대와 가해자들의 연대 중 어느 쪽이 더 견고할까요. 여러분은 어떤 쪽이 더 견고하길 바라시나요. 저는 감히 피해자들의 연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실에서는 드라마에서와 같은 사적 복수를 할 수 없고, 적법한 형사법적 테두리 안에서 피해자들이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자들에게 정당한 처벌이 내려지기까지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피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피해자들의 몸부림, 같은 피해가 다시는 반복되기를 바라지 않는 간절함, 이를 뒷받침해주는 주변인들의 응원과 희망까지 더해져서 피해자들의 연대가 견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2018년부터 피해자들의 연대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각종 뉴스를 통해서 지켜본 바가 있습니다. 전세계를 휩쓸었던 미투운동은 소수인종, 여성, 아동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 드러낼 수 있도록 피해자들이 연대하여 서로 독려해주고 용기를 내어 사회를 바꿔나가기 위한 노력을 처절하게 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큰 영향을 미쳐서, 오랜 기간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연대해서 부당함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태드리고자 미투지원단 변호사, 폭력예방 전문강사 등으로 활동을 하였고, 연극계를 뒤흔든 미투 사건에서 피해자의 대리인으로서 사건의 수사절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수십 명의 피해자들이 연대하여 피해를 호소하고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가해자들에 의해 오랜 관행이라고 주장하였던 행위들은 관행이 아닌 폭력, 성폭력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게 되었고, 연극계의 생태계에 변화가 시작되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고 피해자에 대한 인권적 관심을 확산시키기 위해서 각종 제도보안, 폭력예방교육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폭력의 강도는 심해지고 있고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더 글로리의 문동은처럼 폭력의 피해에 대한 목소리를 내었을 때,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에 제대로 된 어른조차 없어서 보호받지 못하고 외면 받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폭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침묵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장현정 변호사

법인(유한)예율 대표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대법원 양형위원회 자문위원

이혼전문 변호사, 도산(회생파산)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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